월천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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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4.

    by. 월천공방

    목차

      1. 서론 │ 거리에서 밥상을 밀고 다닌 사람들이 있었다

       

      “반찬이요~ 새로 무친 오이무침 있어요!”

      시장 골목도 아니고, 가게도 아닌, 아파트 단지 앞, 골목 어귀, 학교 정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외치던 손수레 한 대. 그 위에는 김치, 장조림, 나물무침, 멸치볶음, 어묵조림까지 소박하지만 든든한 밥반찬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이 반찬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하루를 시작한 이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졌고, 거리로 나와 손수레를 밀며 도시의 밥상과 서민의 삶을 이어준 생존형 유통인에 의해 시민의 식탁으로 전달되었다.

      이 글에서는 손수레 반찬 판매인의 노동 방식과 도시 내 역할, 그들의 삶에 깃든 생존 전략과 정서적 의미, 그리고 사라져간 과정과 잊지 말아야 할 흔적을 되짚어본다.

       

      2. 손수레 반찬 판매인이란 누구였는가?

      2.1 이동형 반찬 장사꾼의 실체

      손수레 반찬 판매인은 고정된 매장 없이 가정에서 직접 만든 반찬을 손수레나 소형 리어카에 싣고 도보로 골목과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반찬을 판매하던 자영형 노점상이었다. 이들은 흔히 ‘수레 반찬장수’ ‘길반찬 아주머니’ 등으로 불렸고, 고정 고객이 있는 구역을 순환하며 일정한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키는 식생활 유통자였다.

      2.2 구성과 배경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생계형 자영업에 의존하던 무자본 창업자, 홀몸 가장, 노년 여성, 경력 단절 여성 등 공식적인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계층이 많았다.그들은 손수레 하나와 솥 하나, 몇 가지 양념, 시간, 체력만으로 자신만의 ‘작은 가게’를 거리 위에 만들어냈다.

       

       

      3. 하루의 시작 – 주방에서 골목까지

      3.1 새벽부터 시작되는 조리와 준비

      • 새벽 4~5시: 식재료 손질, 밑반찬 조리
      • 7시 전후: 조리 완료, 용기 포장
      • 8시: 손수레에 반찬 상자 싣기
      • 9시: 지정된 구역으로 이동

      하루에 판매하는 반찬은 적게는 5~6종, 많게는 15가지 이상이었으며, 모두 손수 만든 즉석 반찬이자 유통기한 1일의 신선식품이었다.

      3.2 판매 방식과 고객과의 소통

      판매 장소는 보통 아파트 입구, 재래시장 외곽, 유치원, 초등학교 정문 앞, 노인정 주변 골목.

      이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나타나며 단골과의 신뢰를 쌓았다.

      “어머니, 지난주에 멸치볶음 드셨죠? 오늘은 매콤하게 해왔어요.”
      이러한 말 한마디는 반찬과 함께 건네는 정서적 교류였다.

      반찬가게 손수레 판매인의 도시 생존기

      4. 생존을 위한 손기술과 이동 전략

      4.1 반찬의 경쟁력 – 가격보다 맛과 정성

      손수레 반찬의 경쟁력은 맛의 일관성, 짠맛과 단맛의 균형, 조리 방식의 정직함에 있었다.

      이들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기에 소량이지만 맛으로 승부해야 했고, 입소문과 단골 확보가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다.

      4.2 이동 경로와 시간 선택의 기술

      판매인은 아침 출근길 시간대를 노려 7~9시 아파트 앞, 오전 10~11시 초등학교 근처, 점심시간 전후 시장 통로시간대별 소비층이 다른 구간을 순환했다. 이동 경로와 시간 선택은 단순한 감이 아닌 생활 밀착형 마케팅 전략이었다.

       

      5. 왜 사라졌는가?

      5.1 식문화와 소비 구조의 변화

      • 1인가구 증가 → 즉석식품, HMR 선호
      • 대형마트, 편의점 반찬코너의 확산
      • 온라인 장보기 및 새벽배송 시스템 보편화

      이로 인해 소량 수작업 반찬의 경쟁력과 필요성 자체가 축소되었다.

      또한, 위생 기준 강화, 거리 노점 규제, 정해진 사업자 등록 없는 판매 행위의 불법화손수레 장사의 생존 공간을 제도적으로 막는 요소가 되었다.

      5.2 고객층의 변화

      과거 손수레 반찬의 주 고객이던 가정주부, 맞벌이 부부, 노년층 여성 역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며 오프라인 반찬 구매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6. 손수레 반찬 판매인이 남긴 문화적 흔적

      6.1 도시 음식문화의 실천자

      손수레 반찬장수는 전통 식단을 유지한 마지막 세대이자 대량생산 이전의 음식문화를 유통한 소규모 장인이었다.

      그들이 판매한 음식은 조리의 정석과 손맛이 살아 있었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 기반 도시 밥상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장사꾼이 아닌 도시 식문화의 지킴이였다.

      6.2 이동 노동의 인간적 정서

      정해진 매장도, 광고도 없이 얼굴과 말, 손맛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노동 방식은 오늘날의 플랫폼 경제에서는 쉽게 재현되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 손수레에 정성을 싣고, ‘소리’와 ‘인사’로 고객을 유치하고, 도시의 골목을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했다.

       

      7. 결론 │ 사라졌지만, 삶의 향기를 남긴 사람들

      반찬가게 손수레 판매인은 기록도, 직업명도, 규정도 없이 도시의 식탁을 지켜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바쁜 하루에 한 끼를 선물했고, 누군가의 지친 일상에 짠맛과 단맛을 나눴다. 이제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지나간 골목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음식의 온기, 그리고 그것을 건넨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