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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인공지능 판결의 윤리 – 정의는 자동화될 수 있는가?
1. 서론 – 법정에 선 인공지능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법률 분야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AI는 대량의 판례를 분석하고, 문서 작성과 증거 정리, 심지어 판결 예측까지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AI를 통해 형량이나 보석 가능성, 재범 위험도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실제로 운용되고 있다.그러나 법의 핵심은 단순한 정보 처리나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정의’라는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기계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AI 판결은 인간의 편견을 줄이지만, 인간다움도 지울 수 있는가?”
“법의 판단은 자동화될 수 있는가, 아니면 본질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가?”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판결이 가지는 윤리적 쟁점과 함께,
정의의 개념이 기술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2. 판결이란 무엇인가 – 단순한 계산이 아닌 판단
2.1 법적 판단은 해석과 의미의 결정이다
법은 단순한 규칙 집합이 아니다.
동일한 법 조항도 사건의 맥락에 따라 다른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 동일한 절도죄라 하더라도,
동기, 피해 규모, 피고인의 생활환경 등이 고려되어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 - 정당방위와 폭력의 경계,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발언의 경계는
단순한 기준이 아닌 가치판단의 결과다.
→ 이는 법이 사례 중심적이며 윤리적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AI의 자동화 논리에 본질적으로 저항하는 지점을 형성한다.2.2 정의란 기술로 구현 가능한 개념인가?
정의는 수학적 공정성만으로 정의될 수 있는가?
-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라 했지만,
그 ‘다름’의 판단은 언제나 철학적 해석의 영역에 있었다. - 롤스는 사회 정의란 가장 불리한 사람에게 최대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불리함’ 역시 맥락적이고 가치 판단에 달려 있다.
→ 즉, 정의는 정량적이기보다 정성적이며, 인간적 공감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3. AI 판결 시스템의 등장과 기대
3.1 기술의 도입 목적
AI의 법률 적용은 다음과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도입된다:
- 일관성과 신속성: 동일한 사건에 대해 예측 가능한 결과 제공
- 편향 감소: 성별, 인종, 외모 등 인간적 편견의 개입 방지
- 효율성: 방대한 양의 사건을 빠르게 처리 가능
예:
- 미국의 COMPAS 시스템 – 재범 가능성을 예측해 보석 여부 결정
- 중국의 AI 재판관 – 단순 민사사건 판결을 자동화
- EU의 e-Justice 시스템 – 법률 정보 분석 및 문서 자동 작성
3.2 기술의 실제적 한계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 데이터 편향: 과거의 차별이 학습되어 편향된 예측을 재생산
- 맥락 결여: 사건의 정서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함
- 책임 회피: 오판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불명확
- 설명 불가능성: AI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해석 불가능
→ 이는 AI가 가진 강점이 ‘법의 인간성’을 침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 철학적 쟁점 – 기계와 정의, 무엇이 다른가?
4.1 도덕 판단은 기계가 할 수 있는가?
기계는 규칙 기반 판단은 가능하지만,
다음과 같은 ‘정의 실현’의 요소는 처리할 수 없다:- 연민(compassion):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고통에 대한 이해
- 후회(regret)와 용서(forgiveness): 법적 책임 외에 인간적 화해를 고려한 판단
- 윤리적 딜레마의 해석: 선의의 위법행위, 긴급 피난 등 이중 가치 판단 상황
→ 인간 판사는 단순히 법을 적용하는 기능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인간 삶의 고통을 판단하는 윤리적 주체다.4.2 법의 목적은 질서인가, 정의인가?
기계는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질서가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는 인간의 철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기술은 법률 규칙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법의 궁극적 목표인 ‘정의 실현’에 대해 책임질 수는 없다.
→ 기술은 법의 도구일 수는 있어도,
법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5. 기술과 정의의 공존은 가능한가?
5.1 인간-기계 협력 모델
AI는 판결 전 단계에서의 분석과 보조적 역할에 국한되어야 한다:
- 판례 검색 및 정리
- 법률 문서 초안 작성
- 유사 사건과의 비교 분석
- 통계적 경향 제시
→ 최종 판단은 법적·윤리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 판사가 해야 한다.
5.2 윤리적 기술 설계의 필요성
-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AI 판단의 근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함
- 편향 제거: 훈련 데이터의 인종, 성별, 지역 차별 요소 제거
- 윤리 감수성 내장: 공공의 가치, 연민, 공정성 등의 요소가 설계에 반영되어야 함
→ 기술은 법을 보완하는 도구로 설계되어야지,
법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 된다.
6. 결론 – 정의는 인간이 완성해야 하는 가치다
인공지능은 법률의 적용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정의라는 복합적 윤리 판단을 수행할 수는 없다.“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계는 답할 수 없다.
그 질문은 오직 인간만이 묻고,
인간만이 실천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우리는 기술을 활용하되,
판단과 책임, 공감과 정의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정의는 코드로 쓰이지 않고,
사유와 실천을 통해 쓰여지는 삶의 문장이기 때문이다.'현대 사회와 철학적 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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