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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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28.

    by. 월천공방

    목차

      인공지능 판결의 윤리 – 정의는 자동화될 수 있는가?

      1. 서론 – 법정에 선 인공지능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법률 분야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AI는 대량의 판례를 분석하고, 문서 작성과 증거 정리, 심지어 판결 예측까지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AI를 통해 형량이나 보석 가능성, 재범 위험도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실제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법의 핵심은 단순한 정보 처리나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정의’라는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기계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AI 판결은 인간의 편견을 줄이지만, 인간다움도 지울 수 있는가?”
      “법의 판단은 자동화될 수 있는가, 아니면 본질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가?”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판결이 가지는 윤리적 쟁점과 함께,
      정의의 개념이 기술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2. 판결이란 무엇인가 – 단순한 계산이 아닌 판단

      2.1 법적 판단은 해석과 의미의 결정이다

      법은 단순한 규칙 집합이 아니다.
      동일한 법 조항도 사건의 맥락에 따라 다른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

      • 동일한 절도죄라 하더라도,
        동기, 피해 규모, 피고인의 생활환경 등이 고려되어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
      • 정당방위와 폭력의 경계,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발언의 경계는
        단순한 기준이 아닌 가치판단의 결과다.

      → 이는 법이 사례 중심적이며 윤리적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AI의 자동화 논리에 본질적으로 저항하는 지점을 형성한다.

       

      2.2 정의란 기술로 구현 가능한 개념인가?

      정의는 수학적 공정성만으로 정의될 수 있는가?

      •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라 했지만,
        ‘다름’의 판단은 언제나 철학적 해석의 영역에 있었다.
      • 롤스는 사회 정의란 가장 불리한 사람에게 최대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불리함’ 역시 맥락적이고 가치 판단에 달려 있다.

      → 즉, 정의는 정량적이기보다 정성적이며, 인간적 공감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3. AI 판결 시스템의 등장과 기대

      3.1 기술의 도입 목적

      AI의 법률 적용은 다음과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도입된다:

      • 일관성과 신속성: 동일한 사건에 대해 예측 가능한 결과 제공
      • 편향 감소: 성별, 인종, 외모 등 인간적 편견의 개입 방지
      • 효율성: 방대한 양의 사건을 빠르게 처리 가능

      예:

      • 미국의 COMPAS 시스템 – 재범 가능성을 예측해 보석 여부 결정
      • 중국의 AI 재판관 – 단순 민사사건 판결을 자동화
      • EU의 e-Justice 시스템 – 법률 정보 분석 및 문서 자동 작성

      3.2 기술의 실제적 한계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 데이터 편향: 과거의 차별이 학습되어 편향된 예측을 재생산
      • 맥락 결여: 사건의 정서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함
      • 책임 회피: 오판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불명확
      • 설명 불가능성: AI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해석 불가능

      → 이는 AI가 가진 강점이 ‘법의 인간성’을 침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판결의 윤리 – 정의는 자동화될 수 있는가?

      4. 철학적 쟁점 – 기계와 정의, 무엇이 다른가?

      4.1 도덕 판단은 기계가 할 수 있는가?

      기계는 규칙 기반 판단은 가능하지만,
      다음과 같은 ‘정의 실현’의 요소는 처리할 수 없다:

      • 연민(compassion):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고통에 대한 이해
      • 후회(regret)와 용서(forgiveness): 법적 책임 외에 인간적 화해를 고려한 판단
      • 윤리적 딜레마의 해석: 선의의 위법행위, 긴급 피난 등 이중 가치 판단 상황

      → 인간 판사는 단순히 법을 적용하는 기능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인간 삶의 고통을 판단하는 윤리적 주체다.

       

      4.2 법의 목적은 질서인가, 정의인가?

      기계는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질서가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는 인간의 철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 기술은 법률 규칙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법의 궁극적 목표인 ‘정의 실현’에 대해 책임질 수는 없다.

      → 기술은 법의 도구일 수는 있어도,
      법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5. 기술과 정의의 공존은 가능한가?

      5.1 인간-기계 협력 모델

      AI는 판결 전 단계에서의 분석과 보조적 역할에 국한되어야 한다:

      • 판례 검색 및 정리
      • 법률 문서 초안 작성
      • 유사 사건과의 비교 분석
      • 통계적 경향 제시

      → 최종 판단은 법적·윤리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 판사가 해야 한다.

       

      5.2 윤리적 기술 설계의 필요성

      •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AI 판단의 근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함
      • 편향 제거: 훈련 데이터의 인종, 성별, 지역 차별 요소 제거
      • 윤리 감수성 내장: 공공의 가치, 연민, 공정성 등의 요소가 설계에 반영되어야 함

      → 기술은 법을 보완하는 도구로 설계되어야지,
      법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 된다.


      6. 결론 – 정의는 인간이 완성해야 하는 가치다

      인공지능은 법률의 적용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정의라는 복합적 윤리 판단을 수행할 수는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계는 답할 수 없다.
      그 질문은 오직 인간만이 묻고,
      인간만이 실천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을 활용하되,
      판단과 책임, 공감과 정의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정의는 코드로 쓰이지 않고,
      사유와 실천을 통해 쓰여지는 삶의 문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