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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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30.

    by. 월천공방

    목차

      1. 서론 │ 땅을 딛는 기술, 짚신의 역사

       

      오늘날 우리는 구두, 운동화, 부드러운 슬리퍼를 당연하게 신는다. 그러나 먼 과거, 대다수 서민들의 발을 지켜준 것은 짚신이라는 단순하지만 정교한 수공예품이었다. 짚신은 단순한 신발이 아니었다. 노동과 여행을 가능케 한 도구였고, 가난과 생존의 상징이었으며,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박한 기술이었다. 이 짚신을 제작하고 판매하며 생계를 꾸렸던 이들이 바로 짚신장수다. 한때 골목마다, 장터마다 있었던 짚신장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 글에서는 짚신장수의 일과 기술, 짚신이 지녔던 문화적 의미, 그리고 이 직업이 왜 잊혀졌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2. 짚신이란 무엇인가?

      2.1 짚신의 정의

      짚신은 벼의 짚이나 보리짚, 갈대 등을 엮어 만든 신발로, 통기성이 뛰어나고 가볍지만 내구성은 다소 약한 것이 특징이다. 짚신은 특히 농민, 상인, 보부상 등 노동과 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필수품이었다.

      2.2 짚신의 종류

      짚신은 단순히 하나의 형태가 아니었다.

      • 노동용 짚신: 두껍고 튼튼하게 엮어 오래 신을 수 있도록 제작
      • 예식용 짚신: 얇고 섬세하게 만들어, 결혼식 등에서 사용
      • 겨울용 짚신: 안쪽에 천이나 털을 대어 보온성을 높인 형태

      필요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짚신이 만들어졌다.

       

      3. 짚신장수의 일과 발굽기술

      3.1 재료 준비

      벼가 수확되고 남은 짚을 모아 곱게 고르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에 적시거나 두들겨 풀었다. 짚의 질에 따라 짚신의 품질이 결정되었기에, 재료 선별은 짚신장수에게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3.2 짚신 엮기

      짚신 제작은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발바닥 부분을 두껍게 엮고, 발등을 덮는 끈을 균일하게 연결하며, 꼬아 만든 끈으로 발목을 조이게 했다. 장인은 손끝의 압력과 리듬을 조절하여 발에 꼭 맞으면서도 걷기에 편한 짚신을 만들어냈다. 짚신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숙련자라도 수십 분에서 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한 사람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이었다.

      3.3 판매와 이동

      짚신장수는 완성한 짚신을 등에 짊어지고, 마을과 장터를 돌며 직접 판매했다. 농번기에는 농촌으로, 장날에는 시장으로, 한겨울을 앞둔 계절에는 보온 짚신을 들고 이동했다. 짚신장수는 단순한 판매상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의 흐름을 발로 읽는 이동하는 상인이었다.

       

      4. 짚신이 지닌 문화적 의미

      4.1 서민들의 생존과 노동의 상징

      짚신은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유한 계층이 아닌 대다수 평범한 서민들의 필수품이었다. 벗겨진 발바닥을 보호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논두렁과 흙길을 견디게 해준 짚신은 가난과 노동의 징표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4.2 자연 순환과 지속 가능성

      짚신은 벼 수확 후 버려질 수 있는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었다. 사용 후에도 쉽게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짚신은 인간과 자연이 순환적 관계를 맺던 시대의 대표적 상징물이었다.

      짚신장수 – 발굽기술로 읽는 잊혀진 직업

      5. 왜 짚신장수는 사라졌는가?

      5.1 산업화와 신발 재료의 변화

      • 20세기 중반 이후 고무신이 대량 생산되면서 짚신은 급속히 자취를 감추었다.
      • 가죽, 합성섬유, 플라스틱 등 다양한 신발 재료가 보급되면서 짚신은 경쟁력을 잃었다.

      5.2 생활 양식의 현대화

      • 포장도로와 아스팔트 길이 보편화되면서 짚신의 기능적 한계(마모가 빠름)가 뚜렷해졌다.
      • 일상복이 양장으로 변화함에 따라 짚신은 생활 속 자연스러운 선택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5.3 기술 전승의 중단

      • 짚신을 제작하는 기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 경제적 수익성이 낮아 전승이 단절되었다.

      결국 짚신장수라는 직업은 생활 변화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6. 짚신의 현대적 의미와 복원 노력

      6.1 전통문화 복원 운동

      일부 지역에서는 짚신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전통 공예 전시회 등을 통해 짚신과 짚신장의 기술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짚신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공존했던 삶의 기술을 배우는 통로가 되고 있다.

      6.2 지속 가능성의 상징

      오늘날 친환경적 삶을 지향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짚신은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고, 자연 분해가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는 현대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짚신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현재를 살아 숨 쉬고 있다.

       

      7. 결론 │ 발끝에서 피어난 삶, 사라진 기억의 울림

      짚신장수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이 엮어낸 짚신 한 켤레에는 땀방울, 고단한 노동, 자연과 인간의 순환적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짚신은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작은 세계였다. 짚을 손끝으로 엮어 생명을 불어넣던 장인들의 손길, 그 발걸음으로 이어진 삶의 리듬은 오늘날에도 조용히 우리 곁을 스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우리는 가끔 짚신처럼 소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지혜를 다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짚신장수의 사라진 직업은, 결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우리 존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일깨워주는, 작지만 위대한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