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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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8.

    by. 월천공방

    목차

      1. 서론 │ ‘청소부’라는 이름의 역사와 사라진 호명

       

      “미화원”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누구나 익숙하게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직업은 ‘청소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들은 공공기관, 학교, 길거리, 화장실 등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묵묵히 정리하고 청결을 유지하던 필수노동자였지만,
      그 명칭과 처우는 오랫동안 사회적 저평가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미화원이 공공의 위생과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한때 ‘청소부’는 낙인과 차별, 열악한 노동환경을 상징하는 직업명이었다.
      이 글에서는 ‘청소부’라는 명칭이 사용되던 시기의 직업사, 그들이 수행한 노동의 의미와 환경, 그리고 ‘미화원’이라는 호칭 변화가 내포한 사회적 전환점을 살펴본다.

       

      2. ‘청소부’라는 명칭이 사용되던 시대

      2.1 명칭의 기원과 용례

      ‘청소부(淸掃夫)’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공공기관 및 학교 등의 문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용어였다. ‘길거리 청소부’, ‘학교 청소부’, ‘화장실 청소부’ 등으로 불렸으며, 공무직이나 하청 형태로 고용되었다. 이 명칭은 직무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에는 적절했지만, ‘부(夫)’라는 어휘 구조상 남성 중심이며, 직업적 존중보다는 기능적 하위성을 내포하는 측면이 컸다.

      2.2 청소 노동에 대한 사회 인식

      1960~80년대까지만 해도 청소부는 ‘눈에 띄어선 안 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새벽 시간대에 출근해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모든 공간을 정돈하고 퇴근 시간대 전까지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이들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청소부 아줌마’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즉, 청소 노동은 존재하되 투명한 노동, 필수적이지만 가시화되지 않는 사회적 인프라였다.

       

      3. 청소부의 노동 환경과 실태

      3.1 극한의 위생·감정 노동

      청소부의 하루는 대부분 악취, 오염, 폐기물 속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공중화장실, 시장, 학교, 병원 등 사람이 밀집하는 장소의 위생을 책임졌으며, 인간의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각종 오염물, 위험한 폐기물까지 직접적인 접촉과 처리를 담당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보호 장비 미비, 위생 기준 부재, 처우나 노동조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 부족으로 청소부는 늘 노출되고, 위협받고, 고립된 존재였다.

      3.2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

      많은 청소부는 용역 계약, 시급제 고용, 복지 혜택 없음 등의 상태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근무했다. 정규직 공무원과 동일한 공간에서 일했지만, 기본 급여, 복지, 연금, 상호 존중 등의 조건은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심지어 일부 기관에서는 청소부가 ‘공무원과 식당을 같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청소도구를 손에 들고 다니지 말 것’이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4. ‘미화원’으로의 명칭 전환과 상징적 변화

      4.1 호칭 변화의 시대적 맥락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와 공공기관, 언론은 ‘청소부’ 대신 ‘환경미화원’, ‘미화원’, ‘청결관리원’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사회적 존중 회복, 노동의 가치를 명시화, 직업의 전문성과 감정노동의 의미 부여라는 방향성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호칭 변화는 공공기관 내부 복무지침, 교육청 공문, 방송 표현 지침 등을 통해 제도화되었고, 점차 시민들의 인식 속에도 정착되어 갔다.

      4.2 미화원이라는 ‘존중의 언어’

      ‘미화원’이라는 명칭은 단지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로써 청소 노동은 더 이상 ‘지저분한 것을 치우는 일’이 아닌 ‘공공의 질서와 미감을 실현하는 일’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이뤘다.

       

      5. 잊혀진 명칭이 남긴 직업사적 의미

      5.1 호칭이 담는 차별과 기억

      ‘청소부’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그 명칭이 담고 있던 사회적 인식과 직업에 대한 태도는 지금도 많은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호칭의 변화는 상징적 변화일 뿐, 실질적 노동환경, 복지, 고용 안정성은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단순히 ‘말’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그 말이 담고 있는 존재에 대한 인식과 존중의 태도를 함께 변화시켜야 한다.

      5.2 ‘보이지 않는 노동’을 기억하는 이유

      청소부라는 단어 속에는 ‘깨끗함을 남기고, 흔적 없이 떠나는 사람’, ‘공공 공간을 지키는 손’, ‘사회적 위계의 가장 밑에서 묵묵히 일했던 노동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들을 ‘청소부’라고 불렀던 시대는 우리 사회가 노동을 도구로만 여겼던 시기였고, 그 직업을 기록하고 복원하는 일은 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문화적 작업이다.

       

      미화원이라는 명칭 이전, 청소부의 잊혀진 직업사

      6. 결론 │ 이름이 바뀌어도 남은 것은 손끝의 진심

      청소부는 미화원이 되었고, 미화원은 여전히 우리 곁의 가장 가까운 필수노동자로 존재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지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그 직업에 담긴 땀, 무시된 손, 잊힌 존재의 역사다. 언제나 새벽에 출근해 모두가 일터로 향하기 전 공간을 정리했던 이들, 말없이 쓰레기를 정리하고 눈길에 모래를 뿌리며 도시의 안전을 지켜냈던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늘 깨끗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청소부’라는 이름이 사라졌어도 그 시대의 노동은 여전히 우리 삶의 기반으로 남아 있다.